의회에 바란다
탄핵과 관련 공감하는 바가 있다 | ||||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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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| 이재성 | 작성일 | 2004-03-16 14:01:00 | 조회수 | 10631 |
업코리아[2004-03-15자]펌 글
“이제 선거는 끝났다. 걱정 안 해도 된다.”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열린우리당의 K씨가 한 말이다. K씨의 예상은 적중했다. 당일 오후 긴급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평균 35%의 지지율을 기록, 마(摩)의 30% 벽을 가볍게 넘어섰다. 한나라당은 15% 안팎을 기록, 열린우리당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했다. 민주당은 아예 한자리 숫자대로 주저앉았다. 이 추세대로 가면 열린우리당이 4.15 총선에서 제1당으로 등극하는 것은 물론,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. 정동영의 절규, 유시민의 몸부림, 임종석의 통곡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총선 대승의 설렘으로 바뀌었다. 왜 이런 극적 반전이 일어났을까? 이유는 간단하다. 대통령이 사과 않고 오기부린 것은 문제지만, 그렇다고 탄핵까지 시킨 것은 너무하다는 여론의 역풍 때문이다. 이 역풍은 메가톤급이다. 30여일밖에 남지 않은 총선일정, 그리고 이 보다 더 큰 이슈가 생성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, 이 역풍은 이번 총선결과를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. 이제 열린우리당의 전략은 간명해졌다. 이번 총선을 국회의 탄핵안 가결에 대한 찬반투표로 몰아가는 것이다. 그 목표는 ‘노 일병 구하기’다. 전라도에서는 당신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할 것이며, 충청도에서는 행정수도 이전공약을 예정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할 것이다. 수도권에서는 경제혼란의 주범이 바로 야당이 아니냐고 규탄할 것이다. 현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어갈 확률은 대단히 높다. 기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, 이 보다 더 바람직한 선거구도는 없다.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로 역대 총선에서 작동해 왔던 유권자들의 집권여당 견제심리를 최대한 불식시킬 수 있게 되었다. 방송의 결정적 도움으로 국회 경위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가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모습은 ‘불쌍한 소수’로 각인되었다. 노 대통령 역시 ‘좋은 학교’ 나온 기득권세력에 의해 부당하게 권한이 정지된 ‘핍박받는 서민 대통령’상을 심는데 성공하였다. 그 결과, 다수 국민에게 여당견제가 아니라 약자보호가 이번 선거의 행동기준으로 다가가게 되었다. 이는 탄핵사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구도 변화다. 현 집권세력이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은 위헌시비까지 불러일으키며 골치를 썩였던 재신임문제를 별도의 과정 없이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. 만일 열린우리당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,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국회의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, 재신임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게 된다. 더 나아가 남은 4년의 권력이 반석 위에 올라가게 된다. 이처럼 이번 사태는 열린우리당에게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었다. 그렇다면 현 상황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가, 고단위 노림수에 의한 연출인가? 이를 알기위해서는 노 대통령의 최근 언행을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. 알려진 대로 노 대통령은 박관용 국회의장이 주선한 4당 대표와의 회담을 두 차례에 걸쳐 거부하였다. 11일 기자회견에서도 부당한 압력에 굴복할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사과를 거부하여 탄핵에 소극적이었던 야당 소장파의원들의 태도를 바꾸게 하였다. 심지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의 사과발언 및 야당과의 대화 요청도 거절하였다. 오히려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물리적으로 의사진행을 막지 말라고 권유하였다. 이 모든 것은 노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파국을 막을 의지가 거의 없었음을 보여준다. 왜 그랬을까? 권력을 포기했기 때문일까? 헌재와 국민은 다른 판단을 내릴 것이며 몇 달 후에도 대통령으로 만나기를 기대한다는 탄핵 직후의 발언을 볼 때, 노 대통령이 권력의지를 포기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. 그렇다면 무엇 때문이었을까? “사실 야당이 탄핵안 발의를 안 할까봐 걱정했다”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. 탄핵을 당하는 것이 가장 화끈한 총선 올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없었다면, 사태예방은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언행을 그다지도 용감하게 할 수 있었을까? 익히 알려진 대로 노 대통령에게는 범인의 감각을 초월한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. 지난 1년 여간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의회로부터 적지 않은 시달림을 당해 왔고,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종지부를 찍을 비장의 무기가 필요했다. 현재의 상황은 노 대통령의 승부수가 적중했음을 입증해 준다. 결국 야3당은 노 대통령의 수에 말려들었다. 그들이 덫에서 빠져나오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. 강영식 (정치평론가)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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